2020년 9월 10일 목요일

[C. Debussy 드뷔시 Clair de lune 달빛] 구름에 가려진 달빛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 중이. 연주는 물론이고 앙상블 연습, 레슨이 모두 멈춰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 나는 항상 한 달 전부터 스케줄을 잡고 미리 약속하지 못한 일정은 다음 달로 미루곤 했다. 8월까지만 해도 상황이 나아질것이라 믿고 9월 계획을 미리 세워봤는데 9월인 현재, 의미 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금은 미리 약속을 잡거나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프리랜서는 불안정한 삶을 산다.' 라는 말을 항상 주변에서 듣고 실제 그렇게 느끼고 있었는데 이제야 내 직업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심리적으로 '불안'한 삶을 살았던 것이다. 다가올 부정적인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만 현실은 반복되는 생산 활동으로 일상이 크게 변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꿈꿀 여유도 있었다. 지금 느끼는 '불안정'은 순식간에 반복되던 일상이 사라지고 더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문득 '이 상황이 언제 끝날까' 걱정하는 모습이 전시상황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로드 드뷔시는 8살의 어린 나이로 프로이센-프랑스 전쟁(보불전쟁)을 겪었고 말년에는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였다. 드뷔시는 전쟁을 지나오고, 인상파 미술가들과 어울리며 인상주의 음악이 작곡 되었다. 드뷔시의 곡은 처음 들으면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바로 든다. 하지만 고전주의, 낭만주의 시대에 작곡된 다른 곡들에 비해 편안함을 주는 화성의 음악은 아니다. 다양한 사상과 급격하게 산업이 발전하는 19세기는 드뷔시에게 인상주의 시대를 열게하는데 있어 영향을 미쳤을 것 이다. 


 1890년 드뷔시는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Suite Bergamasque 을 작곡하게 되었는데 폴 베를렌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하였다. 베를렌은 상징주의 시인이라고도 불렸는데 상징주의는 모호한 암시와 언어의 반복을 통하여 표현하는 시이다. 드뷔시는 베를렌의 시 <우아한 축제> 6개의 시에 곡을 만들었고 그 중에 '달빛Clair de lune' 이라는 곡이 포함 되어있다.


 '달빛Clair de lune'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크게 위로 받은 곡이다. 천천히 지나가는 구름들과 그 속에 빛나고 있는 달을 바라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 박자로 진행되지 않고 밀고 당기는 음악적 진행이 어두운 밤하늘에 달빛이 구름 속에 가려 어두워졌다, 구름이 지나가고 밝아졌다, 하는 것 같다. 음악이 진행하며 점점 커지는 음들은 달빛을 바라보는 우리의 깊어지는 마음이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았다가 달빛을 보며 잠시 현실에서 힘들었던 부분은 잊고 빠져든다. 그리고 차츰 소리가 작아지며 현실로 돌아와 일상 속으로 돌아간다. 잔잔한 호숫가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이 조용히 빛나는 것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안개 같은 상황 속에서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의 빛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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