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5일 화요일

일상 속에서 1초만 느리게




 바이올린 활을 천천히 긋는 다고 생각해보자. 속도는 메트로놈 ♩=50으로 10박자, 천천히 활 끝까지 도달하는 동안 현과 활털의 마찰로 다양한 잡음을 들을 수 있다. 매끄럽지 않은 활털이 걸려서 나는 소리, 줄에 묻어있는 송진에 걸리는 소리, 내가 조절하는 힘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의 음량..

 활을 천천히 그을 때는 빨리 그을 때보다 생각할 것이 많아진다. 좋은 소리로 활끝까지 도달하려면 활을 잘게 쪼개어서 한 부분 한 부분 좋은 소리를 내며 지나갈 수 있도록 압력, 방향, 힘을 조절해야한다. 시간도 정말 느리게 가면서 몸도 근질근질하다.
관악기나 성악도 이렇게 천천히 연습 할 때 소리의 질에 대한 고민은 물론이고, 천천히 할 수록 숨이 차서 호흡이 힘들어질 것이다.

 연습하고나면 진이 다 빠지는 것은 빠르게 하는 것보다 오히려 천천히 할 때이다.
천천히 없이는 빠른 패시지나 테크닉을 요구하는 부분을 연주할 수 없다.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무대에서 실수를 하거나 문제점이 드러나게 되어있다.

 우리나라는 빨리빨리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전자레인지가 멈추기 전에 문을 열고, 버스가 완전히 정차하기 전에 일어나고, 건물은 뚝딱 만들어진다. 상대적으로 행동이 느린 사람을 답답해하고, 더 빨리 많은 것을 하기위해 시간을 어떻게 쓸지 방법을 강구한다. 좋은 점은 그만큼 우리나라가 빠르게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고, 안 좋은 점은 불안한 세상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주에서 한 달 살기, 템플스테이' 같이 자연과 함께하는 느린 행복을 찾는 사람이 늘고 인생을 천천히 보내는 방법이 유행하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은 복잡한 요인들이 얽혀있지만 음악을 연주하는 것과 똑같다.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실력을 갈고 닦고, 다른 사람과 화합을 이루기 위해 다른 악기의 소리에도 귀기울인다.

 무언가를 천천히 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고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겠지만
천천히 없이는 빨리도 없다. 빨리만가다가는 언젠가 사고가 난다. 히라노 히데노리 <감동예찬>에서 다발성경화증이라는 난치병으로 20년간 투병한 시인 사사다 유키에의 시를 읽었다.

<더하기 1초>

느긋한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허둥지둥 두서없이 지내는구나 싶을 때

‘더하기 1초의 생활’을 합니다.

모든 행동에 1초를 더합니다.

서랍을 열 때 순간 더하기 1초,

펜을 책상에 놓을 때 순간 더하기 1초,

옆을 볼 때 순간 더하기 1초.

단 1초지만 필요한 시간 외에 1초를 더해 행동하는 거죠.

그렇게 하면 우아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더하기 1초의 생활이 너무 좋습니다.

한번 시도해보세요.


음악은 천천히 연습하면 할수록 연주자가 가진 소리의 질이 향상되며 무대에서 실수할 확률이 줄어든다. 우리도 바쁜 세상 속 1초라도 여유있게 살아가는 연습을 한다면 후회하는 순간이 줄어지 않을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

마음 속 평안이 필요할 때 도움이 되는 음악

  Gregorian Chant      그레고리오 성가는 중세시대 음악으로 로마 가톨릭교회 예배 음악이다. 그레고리오 성가 이전에 영국에서는 켈틱 성가, 프랑스는 갈리아 성가, 스페인은 모자라빅 성가, 이태리는 베네벤토 성가 등 지역적으로 성가가 있...